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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26사건, 그날 궁정동에서 벌어진 일, 영화 남산의 부장들

by 채채러브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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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1.영화 정보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 22일 개봉한 영화로,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권력의 암투와 비극을 묵직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완성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은 8.5점 입니다. 개봉 2주 만에 43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거뒀습니다. 영화의 인기를 실감하듯이 이병헌 배우는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남우수 최우수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춘사영화제 남우주연상,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 이성민 배우는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 이희준 배우는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처럼 작품성과 흥행, 수상 실적까지 모두 인정받은 대표적인 현대사 실화 영화입니다.

2.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 미국에 망명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박정권의 비자금과 권력 남용을 폭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박통은 큰 위기를 느끼고,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에게 박용각을 막으라고 지시합니다. 김규평은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던 박용각을 설득하려 하지만, 박용각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입니다.결국 김규평은 박용각 제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이 사건은 박통에게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한 행동이 됩니다. 하지만 박통은 김규평에게 냉담하게 대하며, 오히려 곽상천 경호실장에게 더 큰 신임을 보냅니다. 이 무렵 부산과 마산에서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박통과 곽상천은 강경 진압과 계엄령을 논의하지만, 김규평은 민주적 해결을 주장하며 점점 권력 중심에서 멀어집니다. 박통의 독재적 행보, 곽상천의 권력 장악, 그리고 국민의 고통 앞에서 김규평은 깊은 내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중앙정보부 내부에서도 김규평의 입지는 흔들리고, 박통과 곽상천은 김규평을 점점 배제합니다. 김규평은 결국,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김규평은 자신의 충성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절감하고, 역사적 결단을 준비하게 됩니다.

3. 영화의 명장면 & 명대사

남산의 부장들에는 한국 영화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 명장면과 명대사가 다수 등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바로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지는 만찬과 암살 장면입니다.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이 박통(이성민)과 곽상천(이희준) 앞에서 마지막으로 외치는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각하, 이제 그만하시고 하야하십시오" 같은 대사는 영화의 긴장감과 비극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이 장면에서 곽상천이 식탁을 내리치며 "야!" 라고 소리치고, 김규평이 "각하, 하야하십시오!" 라고 거듭 요구하는 대립은 권력의 끝자락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다른 명장면은 박통과 김규평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 마시며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두 인물의 오랜 신뢰와 동지애, 그리고 곧 다가올 파국의 복선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박통이 "아노 고로와 요캇타(그떄가 좋았지)" 라고 말하면, 김규평이 "아나 고로와 요캇타데스(그때가 좋았습니다)" 라고 답하는데, 이 짧은 대화에서 두 인물 사이의 오래된 유대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현재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통이 내뱉는 추억의 한마디에 김규평이 공손하게 화답하는 모습은, 둘만이 공유하는 과거와 그 이면에 깔린 긴장감, 그리고 곧 닥칠 파국의 기운까지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4. 실화와 영화의 차이

남산의 부장들은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10·26 사건)과 그 전후 권력 암투를 다룹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바꿔 등장시키고, 극적 요소와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중앙정보부, 경호실, 청와대 등 한국 현대사의 권력 구조와 긴장감, 그리고 실존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영화적 연출을 위해 다양한 각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김재규와 김형욱이 가까운 친구가 아니었지만, 영화에서는 두 인물을 오랜 동지로 그려내 갈등과 비극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감독은 실존 인물의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가명을 쓴 이유에 대하여, 관객이 역사적 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 인물의 선택과 심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5. 영화의 결말 (스포주의!!)

박통, 곽상천, 김규평 등 주요 인물들은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표면적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각자의 속내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릅니다. 만찬 도중 곽상천은 김규평을 노골적으로 몰아붙이고, 박통은 김규평의 의견을 무시합니다. 이때 김규평은 마지막으로 박통에게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충고를 하지만, 박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김규평은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곽상천을 먼저 총으로 쏘고, 이어 박통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총이 일시적으로 고장 나면서 긴장이 고조되지만, 곧 부하에게서 다른 총을 건네받아 박통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총격이 이어지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박통과 곽상천은 현장에서 사망합니다. 암살 직후 김규평은 부하들과 함께 중앙정보부로 향하려 하지만, 도중에 계획을 바꿔 육군분부로 갑니다. 그는 곧 체포되어 군사재판에 회부되고, 재판에서 "혁명의 목적은 자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최후 진술에서 김규평은 "각하를 혁명의 배신자로 처단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결단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영화는 김규평의 사형 선고와 함께 끝을 맺습니다.